전세사기 피해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전세 보증금을 사전에 관리하는 전세 신탁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세 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임대인이 직접 받지 않고 제3의 기관이 관리하는 구조로 전세 시장의 위험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이 제도를 가동할 방침이다. 이 변화가 전세 구조, 특히 갭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정리한다.
HUG 등 공공기관이 보증금 예치·관리, 사고 발생 전 분리 보관 구조
전세 신탁은 세입자가 납부한 보증금을 임대인이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 보증기관이나 금융기관에 예치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전세보증보험이 사고 발생 이후 보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전세 신탁은 보증금의 일부를 사전에 분리 보관해 위험을 낮추는 구조다.
정부가 검토 중인 안에 따르면 전세 신탁은 전면 의무제가 아니라 보증보험 가입 의무가 있는 민간임대사업자를 우선 대상으로 한 선택제다.
예를 들어 전세금 1억 원 중 일부를 신탁하면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보증보험을 가입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이 경우 보증보험 대상 금액이 줄어 임대인의 보증 수수료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임차인은 보증 사고 시 신탁된 금액을 즉시 반환받을 수 있어 기존보다 초기 회수 안정성이 높아진다.
보증금 활용 범위 제한으로 레버리지 효과 감소, 자금 회전 속도 둔화
갭투자는 전세 보증금을 활용해 매입 자금을 보완하는 구조다. 전세 신탁이 도입되면 보증금의 일부가 임대인의 손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보증금을 자금 운용에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
이는 레버리지 효과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다만 전세 신탁이 모든 계약에 강제되는 제도가 아니고 우선 적용 대상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갭투자가 즉시 불가능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택제인 만큼 임대인의 참여 수준과 신탁 비율에 따라 영향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구조적으로는 갭투자의 자금 회전 속도를 늦추고 초기 자본 부담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증금을 직접 운용할 수 없는 만큼 매입 자금 마련에 추가 대출이나 자기자본 비중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 늘어날 수 있다.
신탁 수익률과 임대인 참여 유인이 제도 확산 관건, 월세 전환 가능성도 제기
전세 신탁이 실제로 확산될지는 신탁 수익률과 임대인의 참여 유인에 달려 있다. 임대인은 보증금을 직접 운용하지 못하는 대신 신탁 수익을 기대하게 되는데 이 수익률이 시중 금리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어야 선택이 늘어날 수 있다.
시장 전체로 보면 전세 신탁은 전세를 폐지하는 제도가 아니라 전세 보증금 관리 방식을 바꾸는 시도에 가깝다. 세입자 보호는 강화되지만 전세 보증금의 활용도가 낮아지면 일부 임대인은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할 수 있다.
그 결과 전세 물량의 구성과 거래 방식에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보증금 규모가 큰 고가 주택의 경우 신탁으로 묶이는 금액이 커지면서 임대 방식 전환을 검토하는 임대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세 신탁은 전세사기를 줄이기 위한 사전 관리형 장치로서 의미가 있으며 갭투자에 대해서는 종료보다는 구조 조정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제도의 실제 효과는 시행 이후 참여 범위와 운영 방식에 따라 구체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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